1123 부산플라스틱행진 국내외 16개 환경단체 플뿌리연대 1000여 명 참석
파리협약 아닌 몬트리올 의정서 같은 구속력 있는 제5차 국제플라스틱협약 성안 이뤄야
플라스틱 재활용 가짜 해결책, 의무적 대안 나와야
11월23일 부산 해운대 올림픽공원에서 개최된 '1123 부산플라스틱행진'에 참여한 국내외 16개 환경단체가 벡스코를 에워싸며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사진제공=플뿌리연대[부산=환경일보] 장가을 기자 = “플라스틱 싫은 사람, 일회용품 싫은 사람 모여라 / 화석연료 싫은 사람, 기후위기 싫은 사람 모여라”
가수 배철수의 ‘모여라’를 개사한 노래를 선창하자 따라 부른다. 꽹과리와 소고 연주에 어깨를 들썩이고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가 흘러나오자 춤을 추는 이들. 피부색과 국적, 성별과 나이, 관심사는 천차만별이지만 전 세계와 전국 각지에서 ‘플라스틱 제로’로 하나 된 이들이 결집했다.
전 세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국적도 나이도 다양한 이들이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기치로 모였다. /사진=장가을 기자 11월23일 오후 2시 부산 해운대구 올림픽공원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요구하는 1000여 명의 평화 행진 참여자들과 취재진 그리고 단체와 개개인이 펼치는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알리는 기발한 퍼포먼스로 시끌벅적했다.
11월25일부터 12월1일까지 부산에서 개최되는 제5차 국제플라스틱협약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5) 개최에 앞서 국내외 16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가 구속력 있는 협약 체결을 촉구하는 '1123 부산플라스틱행진'을 마련한 것이다.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열린 ‘1123 부산플라스틱행진’ 행사장에 플라스틱 조형물이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사진=장가을 기자 ‘플뿌리연대’는 국내외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녹색연합 ▷동아시아바다공동체오션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서울환경연합 ▷알맹상점 ▷여성환경연대 ▷자원순환사회연대 ▷자원순환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 ▷BFFP ▷GAIA ▷RELOOP 등 총 16개 단체가 함께한다.
플라스틱 역사는 100년 남짓, 경제협력개발기구 추산에 따르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 수준이다. 쓰고 버린 플라스틱은 대부분 매립되거나 산과 들, 강과 바다로 간다. 페트병과 비닐봉지, 스티로폼 등이 자연 분해되려면 500년 정도 걸린다. 바다로 간 플라스틱은 잘게 부서져 해양생물이 섭취한 뒤 축적돼 먹이사슬을 타고 인간에게 돌아온다.
행사 참가자들은 직접 만든 피켓을 손에 들거나 등에 두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요구사항을 알리며 행사에 참여했다. /사진=장가을 기자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플라스틱 사용에 관한 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4억6000만 톤이고 2060년 12억3000만 톤으로 늘 것으로 예상한다. 생산량이 늘면 폐기량도 늘어난다. 플라스틱은 99% 석유로 만들어지며 생산에서 폐기까지 전 주기에서 온실가스가 나온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의하면 2023년 한국 플라스틱 생산량은 1451만3000톤으로 중국·미국·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많고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116.2㎏로 압도적인 1위다.
11월4일 김완섭 환경부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플라스틱 문제는 생산 감축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발언했고 11월19일 그린피스는 “우리나라가 연간 1992만 메트릭톤(CO₂e)의 1차 플라스틱 폴리머를 생산할 수 있고 이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4955만 메트릭톤으로 일본과 대만의 배출량을 합한 수치와 맞먹는다”고 발표했다.
11월21일 부산에 도착했다는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글로벌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 /사진=장가을 기자 이날 현장에서 만난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글로벌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지구환경과 공익 활동을 열심히 하는 분이었다. 내게 환경 운동은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러다 글로벌 환경 문제를 다루는 그린피스를 알게 돼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마치 재활용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해결책으로 플라스틱 재활용을 홍보하지만 정작 재활용되는 건 생산량의 9%밖에 안 된다. 생산을 통제하지 않으면 재활용만으론 환경 파괴를 막을 수 없다”며 “이번 제5차 협상이 마지막이다.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란 얘기다. 한국이 플라스틱 종식에 핵심 키를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참가자들 /사진=장가을 기자 또 “이전에 진행한 기후 관련 협약을 보면 ‘자발적으로 하자’고 명시한 협약들은 효과가 없었다. 이번 협약의 성안은 즉 파리협약이 아닌 몬트리올 의정서처럼 전 세계에 통용되는 강제성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야 한다. 전 세계 리더들이 모인 자리에서 의무적으로 플라스틱 생산량을 감축시킨다는 구속력 있는 규제만이 해답이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개최된 제4차 국제플라스틱협약 회의에도 참여한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 이어 만난 그린피스에서 일한 지 2년 차인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2024년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제4차 국제플라스틱협약 정부간협상위원회(INC-4) 회의에 참석했다. 협약의 초안은 더 복잡해졌고 뚜렷한 합의 없이 끝났다. 특히 핵심 쟁점 중 하나인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두고 강력한 협약 체결을 원하는 국가들의 ‘생산 자체를 줄이자’는 주장과 산유국 등 반대 국가들의 ‘재활용과 폐기물 처리에 중점을 두자’는 주장이 대립했다”고 언급했다.
또 “현재 산업별로 플라스틱 사용 비율을 보면 일회용 플라스틱 특히 식품 포장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한국은 46.5%로 추정하고 전 세계적으로 약 40% 정도가 식품 포장재로 사용된다.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을 가장 많이 하는 기업 조사를 하는데 1등이 롯데칠성이다”며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나 바이오 플라스틱도 형태를 유지하려면 원재료가 들어갈 수밖에 없어 온전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전했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행사에 참여해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한 목소리를 냈다. /사진=장가을 기자 덧붙여 “한국은 국제플라스틱협약 관련 ‘우호국 연대’에 속한다. 또 한국에서 제5차 회의를 개최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밝혔다. 그런데 지금까지 입장이 모호하다. 그 이유는 한국이 세계 4위 플라스틱 생산국이기 때문이다”며 “2022년 6월부터 전국 동시에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키로 했다가 세종과 제주에서만 하기로 축소해 사실상 흐지부지됐다. 한국과 같은 우호국 연대에 속하는 유럽연합은 2021년 7월부터 컵과 접시, 빨대 등에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과 판매를 금지했다”고 말했다.
사전행사뿐 아니라 평화 행진 때도 에너지 넘치는 특유의 발랄함으로 선두에서 참가자들을 이끈 유새미 녹색연합 활동가 /사진=장가을 기자 사전행사 무대에서 가수 배철수의 ‘모여라’를 개사한 노래를 선창하고 ‘아파트’ 노래를 부르는 등 행사 내내 분위기를 유쾌하게 띄운 유새미 녹색연합 활동가는 “호주를 가기 전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녹색연합 활동가를 만난 인연으로 여기까지 왔다. 제5차 국제플라스틱협약 회의 부산 개최가 결정되고 올해 초 플뿌리연대를 조직해 오늘 이 자리를 준비했다. 지금 이 시간이 가장 인상적이고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어 “대외적으로 한국 정부는 재활용을 잘하는 나라로 홍보하면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관해 지금까지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참 아이러니하다”며 “채팅방에 외국에서 온 활동가들의 불평불만이 올라온다. 플라스틱병에 물을 팔고 음수대를 찾기 힘들다는 얘기다. 본 회의장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으로 협약이 성안이 되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각지에서 1123 부산플라스틱행진에 참여하고자 모인 참가자들 /사진=장가을 기자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 팀장은 “협상위 개최국인 데다 플라스틱 다생산·다소비 국가로한국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국내외 기후환경 시민들의 요구다. 앞서 제4차까지 개최국은 개최 전 입장을 밝히고 선도적으로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플뿌리연대에서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으로 수차례 정부에 ‘플라스틱 생산 감축’ 입장을 물었지만 외교적인 차원에서 노출할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며 “본 회의 중반이 지나야 윤곽이 잡힐 거 같다. 야심 찬 선언 없이 형식적인 내용의 협약안으로 끝난다면 지금까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위한 기울인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지지했는데 대선 이후로 입장이 바뀔 조짐이 보이는 것도 우려 지점이다. 회의 내내 가장 첨예한 주제일 테다. 기대한 바대로 협약안이 정리될지 미지수다. 하지만 다들 논의를 지연하지 않고 마무리 짓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믿고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알리는 개개인의 기발한 퍼포먼스도 이날 행사의 볼거리였다. /사진제공=플뿌리연대1123 부산시민행진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의 귀결을 고대하며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을 유쾌하고 신명 나게 전 세계인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축제로 풀어냈다. 어린아이부터 60·70대 어르신들까지 각자 만든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깃발을 따라 올림픽공원부터 부산 2호선 센텀시티역 그리고 벡스코를 에워싸며 걸었다.
올림픽공원 잔디밭에 놓인 피켓 /사진=장가을 기자 출발 지점에는 플라스틱 수도꼭지 조형물 등을 설치해 상징적으로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알렸고 일부 참가자들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한 코스튬으로 오염 문제를 강조했다. 도착점에서는 ‘플라스틱, 이제 그만(No More Plastic)’ 메시지 현수막에 손도장을 찍는 행사도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