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0.6% 역성장, 녹색 유입 정체··· 지속가능연계대출 20.6% 급감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민병덕 의원 “정책 신호 없으면 녹색 전환 막혀”

환경 비중 정체와 전환금융 위축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일관된 정책 신호와 지속가능성 공시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료제공=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2024 한국 ESG 금융백서 표지

[환경일보] 국내 ESG금융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돌파했지만 시장의 성장세는 뚜렷하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민병덕 국회의원실은 국내 167개 금융기관을 조사·분석한 ‘2024 한국 ESG금융 백서’를 23일 발간하고, ESG금융의 질적 성장을 위해 정부의 일관된 정책 신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백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ESG금융 규모는 2012조6000억원으로 2019년 대비 5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했다. 다만 국민연금을 제외한 영역별 분석에서는 특정 분야로의 쏠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S(사회) 영역은 763조7000억원으로 72.3%를 차지한 반면, 기후위기 대응과 직결된 E(환경) 영역은 180조5000억원으로 17.1%에 그쳤다. 통합 영역은 107조원으로 10.1%, G(거버넌스)는 4조9000억원으로 0.5%로 집계됐다. 이는 주택금융공사 등의 정책성 대출처럼 분류가 비교적 용이하고 리스크가 낮은 사회적 금융 실적이 ESG금융의 양적 팽창을 주도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형별로는 ESG투자 945조5000억원으로 47%, ESG대출 753조원으로 37.4%를 차지했다. ESG채권은 247조5000억원으로 12.3%, ESG금융상품은 66조6000억원으로 3.3%로 나타나 투자와 여신 중심의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장세 둔화도 두드러졌다. 최근 수년간 20~30%대를 유지해 온 연간 증가율은 2024년 8.9%로 떨어지며 한 자릿수 성장에 머물렀다. 특히 고금리와 수익성 악화 영향으로 민간 부문은 전년 대비 0.6% 감소해 최근 5년간 이어온 성장 흐름이 처음으로 역성장으로 전환됐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김영호 이사장은 금융산업은 규제와 정책에 민감하다며 이전 정부의 소극적 ESG 정책 기조가 시장 활력을 떨어뜨린 핵심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의 일관된 정책 신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 영역의 정체도 과제로 지적됐다. E(환경) 영역은 180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17%에 머물렀고, 이 중 61.4%인 110조8000억원이 대출에 편중됐다. 금융권의 안전 자산 선호가 기후 금융 확대를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4년 기준 재생에너지 금융상품을 보유한 기관은 29곳에 불과했다. 금융기관들은 재생에너지 전용 상품 개발의 최대 리스크로 정책 및 규제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제도적 예측 가능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민간 자본이 녹색 영역으로 적극 유입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철강, 건설 등 감축이 어려운 산업의 녹색 전환을 유도하는 전환금융 활성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박남영 책임연구원은 고탄소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장기·고위험·대규모 사업을 포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이 감축 목표를 달성하면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지속가능연계대출(SLL)은 전환을 이끄는 수단으로 주목받지만, 2024년 SLL 잔액은 4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6% 감소했다. 백서는 금융권이 리스크 관리 비용을 이유로 전환금융을 기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4 ESG금융 현황 및 영역별 규모 /자료제공=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2024 ESG금융 현황 및 영역별 규모 /자료제공=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보고서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총 3조8000억원의 LNG 금융 지원액을 ESG금융으로 분류해 보고한 점도 지적했다. 일부 녹색분류체계에서 LNG를 과도기적 에너지원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그린워싱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전환활동을 지원한 금융과 녹색금융을 분리해 공시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녹색 자금 부풀리기를 방지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영호 이사장은“ ESG 공시는 선순환 시장 생태계 구축의 핵심 정책이라며 전환금융과 스튜어드십 코드 역시 ESG 정보에 기반한다”며 “기업의 ESG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인프라가 선행돼야 실질적 전환이 가능하다. 공시 의무화에 소극적인 정책 기조는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민병덕 국회의원도 지속가능성 정보는 금융 의사결정과 투자 판단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며, 보다 신뢰성 있고 비교 가능한 방식으로 제공될 필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